불국사 석가탑 40여년 만에 전면 해체 보수
기단부 일부에 균열. 문화재 전문가들 "해체후 다시 쌓는 게 합리적"
내년 5, 6월께 공사 시작될 듯
국보 21호 불국사삼층석탑(석가탑)이 40여년 만에 전면 해체 보수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석가탑 기단부 일부에 길이 1,320mm, 최대 폭 5mm의 균열이 확인된 이후 문화재청은 6일 현장자문회의, 16일 문화재위원회 건축분과위원회를 잇달아 열고 탑을 빠른 시일 내에 해체 수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문화재위원 등 전문가들이 지난 6일 불국사에서 열린 현장자문회의에서
석가탑의 균열 부위를 살펴보고 있다.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 김성배 과장은 21일 "6일 전문가들의 현장자문회의에서는 현재 상태로 그대로 둘 경우 파손 범위가 추가로 넓어질 가능성이 있어 조속한 시일 내에 해체 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또 "16일 열린 문화재위원회에서도 이 같은 의견을 수용하고 구체적인 해체 수리 방안은 전문가들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신중하게 강구키로 했다"고 밝혔다.
탑의 전면 해체 보수를 위해서는 사전조사와 준비, 설계 등의 준비작업이 필요해 실제 공사는 내년 5, 6월께나 되어야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문화재청은 보고 있다. 내년에 석가탑이 전면 해체 보수된다면 1966년 사리기를 노린 도굴 미수 사건으로 탑의 일부가 훼손됐을 때 탑신 2층 이상을 해체 수리한 이후 44년 만의 일이 된다.
석가탑을 전면 해체 보수키로 방침을 정한 것은 균열이 발생한 부위가 탑 전체를 떠받치는 역할을 하는 기단석 중 상층기단 갑석(甲石) 부분이라, 그대로 방치할 경우 균열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기단부의 균열 원인에 대해 국립문화재영구소 건축문화재연구실 김덕문 학예연구관은 "기단 내부에 돌, 흙 등을 다져 채워 넣은 적심(積心)이 오랜 세월 동안 빗물 등에 조금씩 씻겨져 나가 텅 빈 것이 갑작스런 균열의 원인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기단부에서 균열이 생겼으므로 탑을 해체한 후 전체적으로 보강을 하면서 쌓아 올리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라고 김 연구관은 말했다.
석가탑이 1,200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부재가 풍화되고 적심이 텅 비었다는 것은 이미 2004년 국립문화재연구소 경주석탑보수정비사업단의 조사에서 밝혀진 적이 있다. 당시 문화재위원회는 석가탑 정밀 안전진단 결과 더 이상 두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탑을 기단부까지 해체 보수키로 심의했다. 그러나 석탑 해체 수리가 붐을 이뤘던 1990년대 후반의 부실 복원 논란을 의식한 유홍준 당시 문화재청장이 장기간 탑의 상태를 모니터링한 후 보수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결정, 보수가 이뤄지지 않았다.
신라 경덕왕 때 김대성이 불국사를 조성할 당시 다보탑과 함께 세운 석가탑은 높이 7.4m, 기단 너비 4.3m로 가장 완성된 형태의 신라탑을 대표한다. 1966년 해체 수리 보수 당시 사리를 안치한 사리공에서 수습한 묵서지편(墨書紙片ㆍ종이뭉치)에서는 고려 초인 현종 시대에 전면 해체 보수를 했다는 기록이 밝혀지기도 했다.
문화재청은 전면 해체 보수에 앞서 균열 및 이격 부위 등에 부착해 탑의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계측기의 설치 여부, 응급 보강조치 여부 등도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또 전면 해체 보수할 경우 종래 호박돌과 흙을 다져 채운 탑의 적심 부분을 영구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기술적방법도 찾고 있다. 김덕문 연구관은 "이번 주 중에 탑이 현 상태로 어느 정도 존치될 수 있는지 등 기술적인 부분들에 대해 현장에서 다시 확인하고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한국일보/남경욱기자 2010.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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