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고려장을 치루고 돌아오는 길
⒈아내와 결혼한 지
만 50년 7개월 2일되는 날,
아내가 뇌출혈 후유증으로 생긴 치매로
환시. 환청. 망상 등과 고혈압. 고지혈증.
혈소판감소증. 당뇨병.골다공증.
허리디스크 등등으로 고생을 시작한지
만 26년 몇 개월 되는 날 아침!
⒉바람이나 쐬러가자고
광주행 고속버스를 타고 정암휴게소에서
손잡고 화장실에 다녀오며
무엇을 먹고 싶으냐는 말에
아내는 머리를
흔들어 싫다는 표정뿐이었는데
백양사 표지판이 보이는 데서부터
안전벨트를 풀면서 무슨 뜻인지 행동이 다르다
내가 속이고
양로원에 가는 것을 이제 알았을까?
안전벨트를 매 주려하니
완강하게 거부할 뿐...
목마르면 생수라도 마시라며
병마개를 따 주니
알 수 없는 큰 소리와 함께
생수병을 빼앗아 앞뒤로 마구 뿌려댄다
그 힘을 누가 당하랴
다 쏟아지니
옆 손님은 짐을 무릎에 끌어안고...
나는 환자라며 죄송하다는 말뿐...
광주터미널에서 내릴 때도
손을 잡고 내리려 하니
뿌리치며 뭐라고 했는지...
마중 나와 있는 큰딸에게
나에 대해서 무엇이라
욕을 하는지 흉을 보는지...
⒊큰딸은 엄마가
양로원에 안 있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말에...
나는...묵묵부답...
양로원 현관 대기실에 들어서니
예배시간이라며 찬송가가 울려 퍼지니까
아내의 안색이 오랜만에 좋은 듯이 보였고
큰딸에게 무슨 말인지 자주 말을 걸고 있다
큰딸은
입원수속이 끝날 때까지
엄마에게
수용노인들을 보이지 않으려 했으나
여직원의 안내로 따라간 곳은
사무실 옆으로 보이는 노인이 단체 생활하는
강당 같은 곳에 있는 노인들이 거동하는 풍경?
95세 노인까지
23명(?)이 있다는 그 방의 풍경?
평상시에
내가 알고 있는 나의 아내라면
분명코 이런 곳에
있지 않으려 할 것 같았는데
그런데.....
내 아내는 담담하게 바라보고 있다
풍채 좋고 자상하고 인자해 보이는
중년부인 원장의 손을 맞잡고
활짝 웃으며 말하는 나의 아내?
내 아내 맞나?
⒋수속을 마차고
“건강하게 잘 지내라고” 말하며
돌아서는 내 마음은
울고 찢어지게 아픈데
아내의 마음은 어떠할까?
아무 것도 모를까?
헛소리하며 대들고 괴롭힐 때는
그렇게 밉고 빨리 죽기를 바랐었건만...
내 손으로
죽이고 싶을 때도 많았었건만...
부부간의 살인하는 심정도
이해할 수 있었건만
이렇게 돌아서기가
힘든 줄은 왜 몰랐을까?
이렇게 마음이
아플 줄은 왜 미처 몰랐을까?
이렇게 후회스러울 줄 알았더라면...
더 참았을 것을...
좀 더 참으면서
같이 미쳐버렸을 것을...
더는 참을 수가 없었을까?
고려장을 했다는
그 강심장이 부러울 뿐이다!
매정한 사람아!
아무리 재정신이 아니라 해도
잠시라도 제정신이 들었다면
“나 혼자만 남겨두면 어떻게 하라고 가느냐”고
한마디만 했어도 이렇게 마음이 아플까?
나와 전생에
무슨 철천지원수이었기에
나에게 이런 괴로움을 주는건지!
미움만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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